범(虎) 잡는 조총(鳥銃) 3
그러나 영감님이 다행히 일을 말끔히 해 놓으시고 가셨네!
”감사합니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 영생하소서! “
너무 감사해서 얼마간의 부조를 하고 돌아서 대문을 나왔지만,
주문받은 물건이 2정(丁)이나 더 있는데,
이를 어쩌나? 하는 생각이 황량하니 뇌리를 스치며 허공에 메아리치는 나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영감님이 살아 계셔야 떼거지라도 써서 좀 저렴하게 해서 해결하리라 생각 했든 일이 모두 허사가 되었으니 막막하구나!
그래도 방법이 있겠지!
흘러가는 되로 가보자고 마음먹고 돌아서는데,
대문 밖에 앉아 있든 거지가 동냥을 달란다.
평소 인색하기로 소문난 김 첨지가 웬일인지 선 듯 몇 푼을 던진다. 그랬더니 이 거지 왈!
”샌님 이 집 영감님께 부탁하신 일이 또 있으시면 저를 찾아 오셔요! “
서당 개 삼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소인이 석삼년을 영감님 하는 일을 지켜봐서 자신 있으니 염려 붙들어 매시고 찾아오란다. 요모 저모 따져 보고 들어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지라
“이 무슨 횡재야!”
그럼 한번 해 보자고 하면서 흥정을 해 보는데
하나 뚫는데 쌀 반섬을 달란다.
”오흐! 좋았어! 그러지 말고 아예 기술을 아리켜 주면 좋겠는데......
어떠하면 좋을까?“
말이 나가기가 무섭게 하는 말이 이집 주인 영감님은 아리켜 주시지 않는다고 하셨겠지 만,
저는 조금 만 주시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모두 알려 드리지요!
그럼, 얼마나?...하며 말을 흘렸더니,
삼관을 달란다.
오호! 쌀 한 섬을 대충 계산하면 닷 냥이라 보고,
쌀값으로 보면 여섯 섬이라..... 마음속으로 계산 해보는데,
그래! 내가 구멍((矢袋) 뚫는데 얼마나 고생하고 수모(?)를 당했는가?
한번 베팅 해 볼 만하군!
그런데,
기술도 아직 검정 된 것도 아니고 어떠하면 좋으리?
머뭇거리고 있는데,
눈치 빠른 이 거지친구 왈 음표(音票, 어음)로 주고, 그 외 약간의 촌지를 일이 시작되기 전에 달란다.
그래! 한번 통 큰 모험을 걸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3관의 음표(어음)를 써서 반을 쪼개 주며 잘 안되면 무효라고 강조하며,
단단히 후일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그리고는 나머지 작업을 하는데 어라!
총상을 다듬어 놓고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조총의 나무하고는 모양은 같은데 무엇인가 너무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건 아냐!” 하던
황 영감의 말이 귀전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 나무가 아닌감? 그럼 무슨 나무일까?
조총 총가(銃架)만드는 나무는 뭐가 틀리는 거야?
역시 전문가 눈은 역시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가 보다.
그러나 지금은 물어 볼 수도 없고,
또 다시 원점을 맴 돌아야 하나?
여기저기서 나무 조각을 가져다가 실물에 대어보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니 어떡한다?
그래 우리주위의 나무는 아니구나!
좋고 비싼 나무를 비교해보니 아하!
이것 도 아닌 것 같구나!
“어라 요놈이 맞는 것 같은데 무늬가 다르네!”
아니야! 또다시 엉뚱한 놈으로 맞추어 보니
어라!
이 녀석이 아주 근사하게 무늬도 비슷하고 무게도 비슷하네!
아하!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우리의 나문데 내가 몰랐나?
“그래 이걸 루다 해 보자”
“이 나무를 구하여 함 해보자! 꿩 잡는 게 매 아닌감?”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겨우 비슷한 놈으로다 구해서는
다시 총가(銃架)를 만들기 시작 한다.
얼추 만들어 가는데,
조총 만든다는 소문이 나서 또 다른 놈팡이 친구 놈이 와서는 요모조모 살피드니
“에라! 이친구야 이 나무는 잘 택했는데..”
내가 볼 때 이 무늬 결로 제재한 것은 조총 만드는 데는 안 쓰는 거여! 이 결 되로 하면 무식하다는 소리 들어요.
이 건달 친구도 조총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친구라 완전 무시 할 수도 없는지라 더 들어 본다.
왜냐? 하면 몇 방 쏘고 나면 나무가 휘 거나 갈라져서 큰일 나요!
어미! 이 친구 말이 틀리지는 않을 거야!
사실이라면 큰일 났네!…….어쩐다?
내가 아직 완벽한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 것이 많지만, 그래도 조총에 관한 한
나도 한가락 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조금은 나 있는 전문가에 가까운 베테랑이라 자부 했는데,
소문내고 다니면서 남에게 물어 볼 수 도 없고. 물어 볼 만한 사람도 없고…….
아직 한참 더 가야 반열에 들겠구나!
내 귀가 팔랑귀 라지만,
이 친구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으니,
다시 한 번 시작 하자고 생각하고
친구가 말 하는 나무를 찾아 돌아 다녀도 없네!
이렇게 저렇게 생긴 판재를 구 한다고 목재상에게 묻고 다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늙은 목수 분이 하는 말이
“손님이 원하는 나뭇결로 된 건 팔지 않아요”
재단하기도 그렇고 휨도 틀리고 조건이 틀리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 아니면 쓰지 않아서 구할 수 없고
꼭 필요하다면 별도로 주문 제작해야 한단다.
그래요?, 이거 배보다 배꼽이 크지는 구나!
시간 버린 건 내 품삯이니 탕감 하드라도
어미! 나무 구입비용과 품싻으로 나간 돈이 얼마냐?
비용만 해도 너무 많이 들었구나!
지금까지 나도 조총에 대해서는 그 누구 못지않은 실력과 안목이 있다고 자부 했지만, 만드는 것은
역시 왕 초보의 실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구나!
처음에는 이런 경험도 해보고
실패도 해야 고수가 되는 거라며 마음을 다잡고서는
“그래 다시 해 보는 거야!”
내친 김에 통나무 하나 사서 제재부터 다시 해서 시작하자고 결심하고, 자르고 건조하고 또 다시 대충 깎고 보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겨우 나무 부분(총가)은 그럴듯한 모양이 되었구나!
이렇게 해서 총가(銃架)를 만드는 나무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는데,
알고 보니 내가 선택한 나무만이 표준이 아니고,
떡갈나무(Quercus)종류와,
박달나무, 먹감나무 호두나무 등등 많은 종류가 있지만,
유독 철포(火繩銃)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만들어온 조총(鳥銃)이라,
우리도 떡갈나무 종(種)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걸로 생각된다.
그리고 화승총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구라파, 서양에서는 대부분 호두나무(walnut)를 선호했고,
현대의 총가(銃架)또는 총상(銃床,gunstock)에는
호두나무를 선호 하지만,
종류가 상당히 많아 고급으로 갈수록 선택의 여지의 폭을 가진다.
제가 겪은 좁은 경험으로는
일본식철포(japanese matchlock)도 서양의 총보다
개머리판이 작아 손으로 잡는(hand grip) 정도의 역할밖에 안되지만,
우리의 사조품(私造品)은
더 작은 손잡이형의 조총으로 봐야 할 정도로 많이 상이하며,
특히 조선 후기에는 독자적 모양의 조총도 있지만,
중국의 영향을 받은 형상이 많은 것 이 특징이라고 보여 지며,
총가(銃架)는
박달나무와 대추나무가 많이 쓰여 진 것이 특징이라고 보여 지고,
구경(calibre)은 11미리미터(m/m)이하 인 것으로 추정 된다.
어느 나라 든 모두가 원자재의 수입보다 현지 조달의 전략적 편리성 때문에 각각의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 한다.